미래문명 탐구 | 알파고AlphaGo, 인간과 인공지능의 세기의 대결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세상

[기고]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

지난 3월 9일 인공 지능 ‘알파고’가 세계 바둑의 최고수 이세돌 9단을 물리치자 구글의 ‘딥 마인드(DeepMind)’ 대표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이렇게 승리의 소감을 전했다. 알파고는 2014년에 하사비스가 바둑 프로그램으로 계발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이다.

이번 세기의 대결에서 4승 1패로 승리함으로서 알파고는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역사, 나아가 인류 문명사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체스는 이미 지난 1997년 인간이 컴퓨터에 정복당한 영역 중 하나다.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가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것이 기준점이다. 그러나 체스보다 훨씬 더 복잡한 바둑은 인공지능의 도전과제로 남아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바둑의 복잡성에 있다. 체스는 말을 움직이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만, 바둑은 자유롭게 돌을 놓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 체스와 비교해 바둑은 게임의 판이 더 크다. 바둑 경기의 경우의 수는 10의 170 제곱에 이른다. 체스와 비교할 때 경우의 수가 10의 100 제곱 이상 많은 것이다.

이번에 알파고가 인간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 불리는 컴퓨터 학습기술 때문이다. 이것은 컴퓨터가 마치 사람의 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의 일종이다. ‘딥 러닝’은 사물이나 데이터를 군집화하거나 분류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사람은 개와 고양이를 쉽게 구분하지만 컴퓨터는 사진만으로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이를 위해 컴퓨터에서는 많은 데이터를 입력하고 비슷한 것끼리 분류하도록 해야 한다. 저장된 개 사진과 비슷한 사진이 입력되면, 이를 개 사진이라고 컴퓨터가 분류하도록 한 것이다. 데이터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를 놓고 이미 많은 기계 학습 알고리즘이 등장했다. ‘의사결정나무’(Decision Tree)나 ‘베이지안망’, ‘서포트벡터머신’(SVM), ‘인공신경망’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딥러닝은 인공신경망의 후예다.

이번 대국을 앞두고 5주 동안 구글 딥마인드 측은 알파고가 16만 개의 기보와 3천만 개의 바둑수의 위치정보 데이터를 학습했다고 한다. 프로기사가 1년에 1000번 정도 대국한다고 치면, 사람이 1000년에 걸쳐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를 5주 만에 입력시킨 것이다. 이같은 방대한 기보학습을 토대로 특정 상황에서 프로기사들이 많이 두는 수를 추려낸다. 특정 상황에 대한 바둑판을 지도처럼 입력시키면 13개의 층위에 걸쳐 국소적으로 패턴을 추려 나간다. 이렇게 해서 가장 승리 확률이 높은 착수 지점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게임은 인공 지능이 배울 수 있는 데이터가 많다. 궁극에는 바둑 하나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다방면의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발명하는 것이 목표다.” 라고 말했다. 바둑에 활용한 인공지능 능력을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구글은 음성인식과 번역을 비롯해 로봇의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 ‘딥 러닝’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딥 러닝’을 활용하는 분야는 주로 사진과 동영상, 음성 정보를 분류하는 쪽이다. 데이터의 양이 풍부하고, 정확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SNS 업체 페이스북도 ‘딥 러닝’을 뉴스피드와 이미지 인식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2014년 3월 개발한 ‘딥 페이스’(DeepFace)라는 얼굴인식 알고리즘이 그것이다. 페이스북은 ‘딥 페이스’로 전 세계 이용자의 얼굴을 인식하고 있다. 인식 정확도는 97.25%로 인간 눈과 거의 차이가 없다. 현재까지 개발된 AI는 전 분야에 두루 사용할 수 있기보다는 체스의 딥블루, 바둑의 알파고, 의료의 IBM 왓슨처럼 각자 해당분야에 특화된 면이 많다. 앞으로 기술의 발달로 범용화된 AI가 개발되고 그것이 스마트 폰에 장착되는 날이 온다면 인공지능은 의료, 군사, 게임 등 특정 영역을 넘어서 인간의 전반적 삶에 천지개벽과도 같은 변화를 끼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은 인류문명의 재앙이거나 지배자일까? 아니면 인류문명의 협력자 일까?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세상을 대비하기 위해 학자들은 지금부터 인공 지능 활용에 관한 윤리적 기준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생 인공지능을 연구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은 외계생명체가 아니라 인류 삶을 더욱 풍족하게 해줄 도구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라고 말한다. 오히려 인공지능은인류문명의 숱한 분야 즉 의료, 과학, 산업, 우주개발, 경제, 환경, 생명, 사회적 시스템 등에서 인류의 확장지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커즈와일은 2029년 정도면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할 정도까지 발전하고 2035년에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이 와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다고 말한다. 반면 지금처럼 물질에 눈먼 탐욕으로 인공지능을 악용한다면 인공지능은 인류를 해치는 ‘스카이 넷’이 된다는 경고도 있다. 이때의 인간들은 인공 지능의 하수인으로 전락되어 버린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알파고의 지시대로 무표정하게 돌을 놓았던 아자황(아마 6단)의 모습이 결국 우리 인간의 될 것이란 이야기다. 이미 현실이 되고 있는 인공지능 세상. 알파고는 묻는다.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불안

스티븐 호킹(1950~ ) “향후 100년 안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조작하고, 인간이 알지도 못하는 무기를 이용해 인간을 정복할 것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1971~ ) “인공지능 무기 발전이 화학, 핵무기에 이은 ‘제3의 전쟁 혁명’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군사목적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 협약을 마련해야 한다.”

희망

레이 커즈와일(1948~ ) “2023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초월하고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류 총집합 지능을 초월한다. 2099년쯤이면 가정용 컴퓨터 하나가 역사상 있었던 인류 전체의 두뇌들보다 10억 배 이상 더 힘을 발휘할 것이다.”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
미래학에서 문명의 발전에 미래의 가상 지점을 뜻하는 용어다. 미래에 기술 변화의 속도가 급속히 변함으로써 그 영향이 넓어져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기점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시점을 일컫는다. 특이점 이후에는 세상이 어떻게 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특이점은 1993년 버너 빈지라는 미래학자가 “초지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인간은 더 이상 미래의 발전 속도를 예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 데서 탄생했다. 레이 커즈와일이 대표적인 특이점주의자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
미국 보스턴 컨설팅그룹(BCG)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2025년엔 로봇과 소프트웨어 등 AI가 전 세계 일자리의 25%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옥스퍼드대도 미국 내 직업 가운데 47%가량이 20년 안에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거나, 직업의 형태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옥스퍼드 연구진에 따르면

AI가 대체할 직업 1순위 보조 역할을 하는 단순 사무직-은행 창구 담당자, 보험 대리점 직원, 증권사 일반 사무직, 세무신고 대행자, 부동산 중개인 등

단순 업무 현장직 공장기계 오퍼레이터나 스포츠 심판, 방범업체 직원 등 위태로운 전문직 공인회계사, 증권가 애널리스트, 법률 관련 종사자 등(이미 로보어드바이저 주목)

장기적으로 대체 가능직 기자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직업 사람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관련 직업, 환자의 재활훈련을 돕는 전문직, 사회복지사, 카운슬러, 운동선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