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안전] 다가오는 대재난을 준비하라 이제는 안전이다!

[ ]

바야흐로 우리는 우주의 여름과 가을이 뒤바뀌는 대개벽시대를 살고 있다. 이때는 천지의 기운이 화火에서 금金으로 교역交易하기에 필연적으로 천지 차원의 대재난을 겪게 된다. 지금 전 세계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산, 지진 등의 자연재앙과 이상 기온 현상으로 벌어지는 홍수, 폭설, 가뭄 등의 기후재앙 역시 우주의 하추夏秋교차기라는 큰 틀에서 벌어지는 재난들이다. 여기에 더해 인간이 그동안 구축해온 문명 역시 그 한계를 드러내며 여기저기서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4년 한 해만 해도 지구촌에서 대형 사건, 사고로 인한 인재人災가 끊이지 않았다. 이제는 국가와 기업에서도 재난 상황을 가정하고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되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2014년 현재도 경주리조트 체육관 붕괴, 세월호 침몰,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원양어선 오룡호 침몰 등의 사건 사고들이 꼬리를 물고 발생하는 현실에서 변화와 개선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세월호 사건은 재난에 대비하는 국가 시스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거시적으로 보나 미시적으로 보나 재난과 안전에 대한 의식을 일대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에 본지에서는 재난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의 제고를 위해 ‘재난과 안전’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독자 여러분을 만나고자 한다.


대한민국은 불안한 사회


최근 통계청에서 13세 이상 3만 7천 명을 대상으로 사회불안 요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의 절반은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월호 참사의 충격 때문인지 2014년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인재人災’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21%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2012년(7%)보다 3배 증가한 수치다. 과거 조사에서는 범죄가 가장 큰 불안 요인이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인재가 범죄를 앞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2012년 37.3%에서 올해 50.1%로 크게 늘었고, 안전하다고 답한 비율은 9.5%에 불과했다. 국가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 ‘국민안전처’를 신설新設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실제로 5년 뒤 우리 사회가 안전해질 거라고 보는 국민은 다섯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세월호 침몰과 판교 환풍기 추락사고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세월호 침몰을 들 수 있다. 2014년 4월 1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4월 16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이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구조됐고, 300명이 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원인으로는 무리한 화물적재와 증축,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Vessel Traffic Service)의 관제 허술과 골든타임 허비,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 정부의 허술한 재난대응체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수백 명의 꽃다운 청춘들을 향한 국민적인 슬픔과 애도는 반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과 유사한 사건으로 2012년 1월 14일 호화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이탈리아 토스카나 제도 질리오섬에서 침몰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승객과 선원 4,229명을 태우고 가던 중 암초에 부딪혀 침몰해 3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 60% 이상 사망한 세월호 사건과 비교하여 99% 이상 생존율을 기록한 침몰 사고였다. 당시 콩코르디아 선장 프란체스코 세티노도 승객을 버리고 도주했지만 선원들의 침착한 안내와 관계기관의 협조로 세월호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세월호 침몰과 함께 세간의 화제가 된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2014년 10월 17일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 중 발생한 환풍구 추락 사고가 그것이다. 사고는 유명 가수들의 축하 공연을 보기 위해 관람객 27명이 환풍구 위로 한꺼번에 올라서면서 시작됐다. 덮개는 과도한 중량을 견디지 못해 결국 약 20미터 아래 6층 높이의 환풍구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현장 환풍구 총 넓이는 6㎡로 600kg/㎡ 즉, 70kg 성인 기준 8.5명의 무게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된 것인데 무려 3배의 하중이 가해져 이런 참극이 발생했다. 사건의 심각성으로 고통 받던 축제 안전담당자는 사고 직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사건의 원인은 무엇이며 누구의 잘못일까? 시공사의 잘못인가, 주최 측의 잘못인가? 아니면 안전관리에 실패한 안전담당자의 잘못인가? 하지만 이 사건은 여타 제반 문제와 함께 사람들의 안전의식 역시 중요한 변수임을 보여준다. 환풍의 목적을 위해 만든 철망에 올라가도 안전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 화를 부른 측면도 없지 않다. 인간사회가 문명화될수록 환풍구와 같은 안전 사각지대는 끊임없이 생기게 된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풀어질 때는 필연적으로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선진국으로 갈수록 안전을 더욱 강조하고 안전관리 문화가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위험사회risk society


인류문명은 1711년 영국의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급격한 발전을 하였다. 문명의 발전은 불가항력적으로 다양한 사건, 사고를 수반하게 되는데, 이런 산업화와 근대화에 경종을 울린 사람이 있다. 독일 뮌헨대 울리히 벡Ulrich Beck 교수는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 규정한다. 그에 따르면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몰고왔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후진국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과학기술과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 나타난다. 특히 이런 위험은 예외적인 위험이 아니라 일상적인 위험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대인들이 각종 보험에 가입하는 행위도 결국 이런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는 방안인 것이다. 그의 위험사회론은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재난disaster과 안전safety의 의미
재난 우리나라는 영어로 ‘disaster’에 해당되는 용어를 재난과 재해의 두 가지로 혼용하여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해는 자연재해를 뜻하고 재난은 인적 또는 인위적 재난을 일컫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으나 그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실제 각종 법령에서도 재해와 재난의 두 가지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 일선 산업현장에서는 ‘사고accident’를 재해로 사용하고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재해를 재앙으로 말미암아 받는 피해 즉, 지진, 태풍, 홍수, 가뭄, 해일, 화재, 전염병 따위에 의하여 받게 되는 피해라고 정의하며, 재난은 뜻밖에 일어난 재앙과 고난이라고 정의한다. 사전적인 해석만으로 볼 때 재해라는 용어가 보다 구체적이라 할 수 있고, 재난은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뜻밖에 일어난 재앙과 고난에는 전쟁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안전 안전의 사전적인 의미는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음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그 분야 또한 방대하여 일상생활에서의 안전은 물론 소방안전, 교통안전, 산업안전, 식품안전, 의약품안전, 질병안전, 재난안전, 환경안전, 원자력안전, 국가안전 등 현대 문명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이제는 안전도 관리해야 한다. 관리되지 않는 안전은 이미 불안전이며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되는 것이다. 재난으로부터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제반활동을 안전관리라 한다.

매슬로우의 인간의 욕구 5단계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매슬로우Maslow, 1908~1970가 주장한 인간의 욕구 5단계가 있다. 인간의 욕구는 병렬적으로 열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낮은 단계에서부터 충족도에 따라 높은 단계로 성장해가는 것이며, 낮은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높은 단계의 욕구는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인간은 기아, 갈증, 호흡, 배설, 성욕 등 종족 보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 이를 생리적 욕구(1단계)라 하는데 이것이 충족되면 안전을 구하려는 욕구(2단계) 즉 살고자 하는 욕구를 추구한다. 안전 욕구가 충족되면 인간은 사회적 욕구(3단계)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사회적 욕구란 애정, 소속에 대한 욕구로 타인과 상호작용을 통해 만족되는 친화 욕구이다. 그 다음 인간은 자기 존경의 욕구(4단계)로 자존심, 명예, 성취, 지위에 대한 욕구를 지향하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잠재적인 능력을 실현하고자 하는 자아실현의 욕구(5단계)를 추구한다. 쉽게 말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이상과 꿈을 논할 수 있듯이, 안전 욕구가 달성돼야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 토양이 마련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국력을 평가할 때에도 GDP나 군사력 외에도 안전에 대한 신뢰도를 보면 어느 수준에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하인리히의 법칙 (300번의 신호, 29번의 경고, 1번의 재해)


사고는 보통 한 순간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사고에도 법칙이 있다.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그와 관련한 작은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이론으로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은 일정 기간에 여러 차례 경고성 전조가 있지만 이를 내버려두면 큰 재해가 발생한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 관리 감독자였던 하인리히가 주창한 것으로 1:29:300 법칙이라고도 한다. 즉 산업재해로 사망 또는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 29명이 있었고 역시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겪은 사람이 300명 있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일정 기간 동안 이미 여러 차례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대형사고나 실패를 방지할 수 있다. 하인리히의 1:29:300 법칙은 이를 실증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산업현장의 재해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나 재난, 또는 사회적·경제적·개인적 위기나 실패와 관련된 법칙으로 확장되어 해석되고 있다. 정리 / 안영만

하인리히의 사고발생 연쇄성 이론

사고발생의 1단계는 인간 성격이 사회환경과 유전의 영향에 의해 형성됨을 말한다. 유전과 환경은 인간결함의 원인이 된다. 2단계 개인적 결함은 후천적인 결함으로 불안전한 행동을 유발시키고 기계적, 물리적인 위험 존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부적절한 태도, 전문 지식의 결여 및 기술·숙련도 부족, 신체적 부적격, 부적절한 기계·물리적 환경, 정신적·성격적 결함(무모, 신경질, 흥분, 과격한 기질, 동기부여 실패)을 예로 들수 있다. 1,2단계가 간접원인이라면, 3단계 불안전한 행동과 불안전한 상태는 각각 인적 원인과 물적 원인으로서 직접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3단계의 불안전한 행동은 위험장소에의 접근, 안전장치를 고장 내거나 기능을 제거하는 것, 기계·기구의 잘못 사용, 운전 중인 기계장치의 손질, 불안전한 자세 및 위치, 잡담이나 장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불안전한 상태로는 사물 자체의 결함, 불량 상태(미끄러움, 날카로움, 거침, 깨짐, 부식됨 등), 안전장치의 결함, 사물의 배치 및 작업장소 불량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사고 발생은 언제나 사고 요인의 연쇄반응의 결과로서 초래되며, 항상 불안전한 행동과 불안전한 상태에 기인한다. 사고로 고통을 받는 사람은 대개의 경우 300번 이상 불안전한 행동을 하여 중·경상 재해를 가까스로 면한 사고의 반복자들인 것이다. 사고의 대부분은 예방조치를 잘한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그것이 안전관리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