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에세이] 갑오년, 반전反轉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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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甲午는 푸른 말(馬)입니다. 갑이 청색을 뜻하고 오가 말을 뜻하니 갑오는 청마靑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마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말로서, 이런 상상 속의 동물인 말로 유명한 것이 유니콘unicorn입니다. 유니콘하면 먼저 머리에 솟은 뿔을 떠올리는데 그 뿔로 온갖 조화를 부린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뜨거운 열정과 활력있는 기상으로 말의 해를 풀이하기도 하지만, 뭔가 변화가 심한 격동의 이미지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 갑오년 말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2014 갑오년을 맞아 ‘갑오甲午’에 실린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갑甲의 의미


갑의 성질은 목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목은 계절로는 봄, 방위로는 동쪽을 뜻합니다. 봄은 양기가 발동하는 때로 생명이 탄생하여 움직이기 시작하며, 동쪽은 태양이 떠오르는 곳으로 광명의 뿌리가 되는 곳입니다. 그래서 천간의 첫 번째인 갑에는 첫째, 양기의 발동, 생명의 탄생, 광명의 뿌리 등 다양한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이 때문에 갑사甲寺, 갑천甲川 등 갑甲자가 들어간 명칭에는 ‘최고, 으뜸’의 뜻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십간을 음양으로 나누면 ‘갑을병정무’는 양陽, ‘기경신임계’는 음陰입니다. 즉 갑은 양의 시작이고, 기는 음의 시작입니다. 양의 시간대를 선천, 음의 시간대를 후천이라고 하며, 양이 열리는 현상을 천개天開, 음이 열리는 현상을 지벽地闢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갑은 선천이 시작하는 선천개벽의 시간대이고, 기는 후천이 열리는 후천개벽의 시간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午의 의미


오의 성질은 화火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화는 계절로는 여름, 방위로는 남쪽을 뜻합니다. 여름은 양기의 분열이 최고에 다다른 때로 성장하는 시기이며, 태양이 가장 높이 떠올라 세상을 광명으로 환히 비추는 때입니다. 그래서 오화는 태양(해) 그 자체이자, 일월합명이라 하여 광명을 뜻합니다.

십이지에서는 음양을 나누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시간에 배속하는 것으로, 자시子時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이고, 오시午時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입니다. 하루는 자정子正(밤 12시)과 정오正午(낮 12시)를 기준으로 오전과 오후가 나눠지는데, 이때는 축미가 아닌 자오子午가 음양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자는 선천이 시작하는 선천개벽의 시간대이며, 오는 후천이 시작하는 후천개벽의 시간대입니다.

갑오년


60갑자의 시작은 갑자이고 끝은 계해입니다. 60갑자를 선천과 후천으로 나누면 첫 번째인 갑자甲子부터 계사癸巳까지는 선천, 60갑자의 31번째인 갑오甲午부터 계해癸亥까지가 후천입니다. 즉 갑자는 선천이 시작되는 때이고, 갑오는 후천이 시작되는 때인 것입니다.

60간지를 절節로 삼을 때, 31번째 간지는 갑오이다. 예로부터 “갑오갑작골(갑오갑자꼬리)”이라는 말이 있으니 선천갑자의 뒤(꼬리)를 이어 갑오로써 후천을 열게 되는 뜻이며, 구한말 동학의 갑오혁명에도 이와 관계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_ 『대산주역강해』<하경> 13쪽)

어찌 보면 동학혁명은 당시 사람들이 갑오년을 후천의 시작으로 생각하고 때에 맞춰 계획적으로 일으켰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하원갑下元甲


최수운 대신사의 『용담유사』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하원갑 지내거든 상원갑 호시절에 만고 없는 무극대도 이 세상에 날 것이니 너는 또한 연천年淺해서 억조창생 많은 사람 태평곡 격앙가를 불구에 볼 것이니 이 세상 무극대도 전지무궁 아닐런가.” _ 『용담유사』 「몽중노소문답가」

동양의 시간은 60갑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60년마다 상중하로 해서 180년이 하나의 주기로 돌아갑니다. 지구와 칠요七曜(해,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가 일렬이 된 해부터 60년은 상원上元갑자, 다음 60년은 중원中元갑자, 마지막 60년은 하원下元갑자라고 합니다. 이것이 다시 음양으로 2회 결합하면 360년이 됩니다.

최수운 대신사(음 1824.10.28~음 1864.3.10)는 하원갑에 태어나서 하원갑에 돌아가신 분입니다. 자신이 죽고 난 다음 열리는 ‘상원갑자에 무극대도가 이 세상에 나서 억조창생이 태평곡 격앙가를 부른다’고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구절은 본래 ‘하원갑자를 지나고 다음 상원갑자인 1871(신미)년에 증산상제님께서 강세하셔서 무극대도를 여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를 알지 못했던 동학신도들이 ‘상원갑자의 후천(후반기)이 열리는 갑오년에 후천개벽이 되어 태평곡 격앙가를 부르게 될 것’이라고 잘못 해석해서 갑오동학혁명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갑오동학혁명 120주년을 맞는 올해는 하원갑자의 후반기(후천)을 맞는 해입니다.

갑오년은 시대의 변곡점입니다. 갑오에 대한 상수학적 의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정한 흐름을 반전시켜 새로운 변화의 장을 전개하는 첫머리로서 작용을 하는 자리가 ‘갑오’입니다. 천도의 법칙은 그대로 인류의 역사 여정에 투영되고 현실로 반영되어 왔습니다. 이번 갑오년에도 그 역할과 변화의 상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세상의 변화를 수용하려면 변화의 객체인 인간의 삶이 달라져야 합니다. 동북아 역사전쟁과 북한 정세의 변동, 그리고 극심한 기후 변동과 재난 등 문명적인 환경 조건들이 예측 불가의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 시기에 맞는 변혁의 갑오년은 그래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천하 대세의 틀과 흐름을 바로 보고 그에 상응한 변화를 추구하는 삶이 2014년 벽두에 선 인류에게 주어진 선물이요 희망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知天下之勢者는 有天下之生氣하고
暗天下之勢者는 有天下之死氣니라
천하대세를 아는 자에게는 천하의 살 기운(生氣)이 붙어 있고 천하대세에 어두운 자에게는 천하의 죽을 기운(死氣)밖에 없느니라.(도전 2:137:3)


갑오년의 대표적인 역사, 동학농민혁명과 청일전쟁
1894 갑오년에는 조선 민중의 사회변혁 운동인 갑오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이에 놀란 조선 조정은 청나라에 구원을 요청했습니다. 청나라는 조선에 원군을 파병하였고 텐진조약(3조: 변란 등의 중요 사건으로 청나라나 일본 어느 한 쪽이 조선에 파병할 경우 상대방에 통보해야 한다)에 의거하여 일본도 조선에 군대를 보냈습니다. 이 사건은 곧 청일전쟁으로 비화되어 1894년 풍도 해전을 시작으로 청일 양국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서양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국력 증강의 열쇠임을 알고 준비에 충실했던 일본은 청나라를 꺾고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후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는 '일본 중심의 동아시아'로 바뀌게 됩니다. 일본은 러시아와도 한판 승부를 벌이는 등 강대국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지만, 청나라는 국력이 약해져서 신해혁명을 통해 중화민국이라는 새 나라가 세워짐으로써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1894 갑오년의 조선은 국내외에 걸쳐 혼란과 변혁의 큰 파고를 겪은 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