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실어나르는 심마니 집배원

[공감&힐링]

“커피 한잔 잡숫고 가!”


여기는 충청북도 보은군 보은읍 삼산리의 작은 마을. 부릉부릉 탈탈탈, 우편물을 가득 실은 빨간 오토바이 소리에 밭일하던 할머니가 허리를 펴십니다. 멀리서도 집배원 길만영 씨의 미소가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서울에서 편지가 왔네요.” 그의 손에 들린 건 편지와 계란 한 판.

“이건 어제 부탁하신 거에요.”

“아유, 고마우이. 커피 한잔 타 줄테니 잡숫고 가.” 차 한잔에 이야기 꽃이 필 즈음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는 만영 씨.

“참, 이번달 공과금 다 냈구요. 영수증 여기 있어요.”

“번번이 고마워서 어째.”

“제 명함 갖고 계시죠? 급한 일 있을 때는 언제든 전화주시구요.”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또 무언가를 꺼냅니다.

“이건 어제 제가 캔 건데 꼭꼭 씹어서 드셔보세요.” 그것은 다름 아닌 산삼. 손사래 치며 거절하는 할머니 손에 산삼을 쥐여주곤 씩 웃으며 나오는 만영 씨. 그의 오토바이가 사라질 때까지 할머니는 손을 흔들며 배웅합니다.

십년 동안 캔 산삼이 100뿌리


만영 씨의 별명은 심마니 집배원입니다. 10년 전 아내를 위해 약초를 캐다 우연히 발견한 산삼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100뿌리나 넘는 산삼을 캔 덕에 붙여진 별명이랍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뿌리도 돈을 받고 판 적이 없답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은데도 말이죠. 대체 그는 그 많은 산삼을 다 어디에 쓴 것일까요? 답은 그의 수첩 속에 있었습니다.

‘x월x일 xx네 집 아들이 암에 걸렸다고 함’

‘xx집 할아버지 뇌종양 수술하심’

마을의 아픈 분들 소식을 이렇게 적어두곤 주말에 산삼을 캐면 시들기 전에 주고 온다네요. 산삼을 받은 사람이 사례를 할라치면 그는 손사레를 치며 “이건 절대 대가성이 아닙니다. 사례를 주신다고 하면 절대 못 드립니다.” 하며 무료로 드린답니다. 아깝지 않냐는 주위의 성화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웃습니다 .

“돈 벌려고 캔 게 아닌 걸요. 약초를 캐다 보면 아픈 분 생각이 나요. 풍을 맞아 쓰러지신 어르신도 있고 천식으로 고생하시는 분도 있고…. 꼭 낫는다는 보장은 못하지만, 그래도 나을 수 있다는 위안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도라지 한 뿌리, 삼 한 뿌리 정성스럽게 캐게 돼요. 어차피 산에서 얻은 거니까 그냥 드리는 게 당연한 거구요.”

처음 캔 산삼을 자신이 먹은 걸 제외하고 그후 모든 산삼을 이렇게 무료로 제공했다네요. 그의 착한 마음 덕분일까, 작년에는 산삼을 먹고 쾌차한 할머니도 있었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뭐가 필요할까 생각해봅니다.”


이젠 제법 유명세도 치루는데요, 그의 선행이 알려지자 다짜고짜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꽤 생겼다고 합니다. 큰돈을 벌었으리라 생각한 것이지요. 계속되는 요청이 짜증날 만도 한데 만영 씨가 인상쓰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네요. 기꺼이 어르신들의 심부름꾼이 되어주고, 대가 없이 산삼을 나눠주는 그의 정성에 ‘보은 마을’은 훈훈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오늘도 사랑을 실어나르는 심마니 집배원. 그의 마음이 참 감사합니다.
“저보고 대단하다고 하는 분도 계시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마음을 내면 사랑은 길러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뭐가 필요할까를 생각해보는 게 시작이 되겠지요.”
※출처: 강연100°C (KBS)